Chapter10. 인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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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-

    맞잖아, 차유진 좋아하는 거.

  • 영문을 알 수 없었다.

  • 분명…

    래빈

  • 차유진은 제 오래된 친구라

    깊게 정이 든 건 사실입니다만,

    래빈

  • 말씀하시는 뜻처럼은 아니…

    래빈

  • -

    거짓말!

  • -

   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래, 열심히 봤는데

    그걸 눈치 못 챌 것 같아?

  • -

    맨날 같이 다니고, 매일 걔만 챙기고, 오늘도 나랑 있는데 걔 얘기나 계속 하고,

  • -

    말끝마다 차유진, 차유진, 차유진.

  • -

   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?

  • -

    아이돌이면 팬만을 사랑해야지!!

  • 아닙니다, 저는 그런 게…

    래빈

  • 걔는 그냥, 친한 친구여서…

    래빈

  • 손끝이 잘게 떨렸다.

  • 흥분한 사람을 앞에 두고 있어서일까?

  • -

    거짓말!!!

  • -

    너 눈! 그 눈!

  • -

    걔 볼 때만 달라지는거!

  • -

    내가 모를 것 같냐니깐?!

  • 마지막 말은 숫제 비명이었다.

  • 주변으로 알아듣기 힘든 웅성거림이 모여들고…

  • 멍한 머리 바깥으로 여기가 한국이 아니어서

    다행이다, 라는 생각이나 잠깐 했다.

  • -

    …그러니 나랑 사귀어.

  • -

    너랑 걔 얘기도, 다 비밀로 해 줄테니까.

  • -

    차유진도 그걸 바라는 거 아니야?

  • -

    걔는 니가 다른 사람 만나길 바란다며.

    널 부담스러워 하는 거 아니냐고!!

  • -

    허어,엉…

  • -

    흐어어어엉…….

  • 말을 마친 팬은 분에 못 이겨 울기 시작했다.

  • 달래주는 게 맞을 것도 같은데,

  • 래빈

  • …….

    래빈

  • 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

    점점 가라앉았다.

  • 후…

    래빈

  • 곁에 몰려든 카페 손님과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목례로 사과의 뜻을 보냈다.

  • 인파가 흩어지는 걸 보며 잠시 고민했다.

  • 이 사실을,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…

  • 팬은 자리에 앉아 여전히 서럽게 울고 있었다.

  • 나는 허리를 숙여 조용히 입을 뗐다.

  •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실 진

    모르겠지만…

    래빈

  • 사실…

    래빈

  • 호흡을 삼켰다.

  • 차유진은 죽었습니다.

    래빈

  • 울던 팬이 동작을 뚝 멈추었다.

  • 그러곤 이쪽으로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.

  • -

    ……?

  • 눈빛이 초점을 잃은 듯,

    시시각각으로 흐리멍덩해졌다.

  • 그래서 빨리 가야 합니다.
    전 이곳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.

    래빈

  • 곧 그 애가 다시 떠날텐데…

    래빈

  • 그 전에 보여 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.

    래빈

  • 짐을 다시 챙겨들었다.

  • 가보겠습니다.

    래빈

  • 저를, 테스타를 갖고 위협하신 만큼…

    이 이상 사과는 않겠습니다.

    래빈

  • 그럼.

    래빈

  • 마지막으로 꾸벅 인사를 보내고 자리를 박찼다.

  • 휴대폰을 들고 단축번호를 눌렀다.

  • 차유진, 어디 있어?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