Chapter12. 요구

33:10:00

  • 차유진의 태도는 단호했다.

  • 내 뜻이 전달되지 않은걸까?

  • 영문을 알 수 없어 눈만 껌뻑였다.

  • 유진

    빨리 연락해봐.

  • 유진

    이미 갔으려나…그럼 이 주변 사람이라도.

  • 유진

    빨리 붙잡아. 만나보자고 해.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좋아.

  • …….

  • 조금 아연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…

  • 물론…내 말이 당황스러울거야.

    래빈

  • 긍정적인 답변은 안 해도 돼.

    래빈

  •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안 만날거야.

    래빈

  • 나한테 마음이 없어서, 불쾌해서

    그런 거라면 미안해.

    래빈

  • 래빈

  • 그래도 마지막까지 너랑만 있으면 안 돼?

    래빈

  • 유진

  • 유진

    아니, 안 돼.

  • 한참을 땅만 내려다보던 유진이 꺼낸 답은

    다시 거절이었다.

  • 그렇게까지….

    래빈

  • 유진

    김래빈.

  • 유진

    나…….

  • 유진

    나 알고 있었어.

  • 어?

    래빈

  • 유진

    김래빈이 나 좋아하는거.

  • 유진

    사실 알았어.

  • …알고 있었어?

    래빈

  • 그런데 모른 척을 했던 거라면…

    래빈

  •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.

  • 아까 내 팬이라던 사람이 한 말이 맞는 모양이구나.

  • 그런 생각이 스쳤다.

  • …많이 부담스러웠어?

    래빈

  • 다른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,

    마지막 소원이 될 정도로?

    래빈

  • 거절 정도는 예상했다.

  • 유진의 죽음보다 힘든 일은 없을 테니

    그정돈 사소한 문제라 여기기도 했다.

  • 하지만 이건, 꽤 아팠다…

  • 유진

  • 바람결에 유진의 머리칼이 흔들렸다.

  • 숙인 뺨에 저물어가는 햇빛이 너울졌다.

  • 유진

    …니,

  • 유진

    아니야.

  • 그리고 꺼낸 목소리는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.

  • 유진

    아니야, 그런 거 아니야.

  • 유진

    정말로 아니야…

  • 시야가 와락 흔들렸다.

  • 차유진이 날 끌어안은 것이었다.

  • !?

    래빈

  • 유진

    하지만 김래빈.

  • 유진

   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 만나면 안 돼?

  • 유진

    제발…

  • 닿은 몸은 뜨겁고

    갈라진 목소리엔 고통이 있었다.

  • 차유진? 어째서…

    래빈

  • 무겁다.

  • 지탱한 몸의 감정이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.

  • 그래서 어떤 예감이 스쳐 올라오고…

  • 나는…

  • 나는 차유진을 밀어냈다.

  • 양 어깨를 손으로 짚고

   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했다.

  • 네가…

    래빈

  • 내 친구라면 알겠지.

    래빈

  • 난 그 말을 따를 수 없어.

    래빈

  • 설명을 들어야 했다.

  • 그러니까 말해.

    래빈

  • 너, 왜 그래?

    래빈

  •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거야?

    래빈

  • 유진

    래빈…

  • 유진

    나는…

  • 망설이고 있다는 건 바보여도 알 수 있었다.

  • 빈 채로 여닫히는 입을 끈질기게 기다렸다.

  • 어느 순간, 말이 흘러넘쳤다.

  • 그리고…